top of page

유튜브 조회 수를 확인해보세요!

경기 효행초 김솔

  1. 시작하며

  현재의 초등 학습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과 같은 기술 도구와 유년기를 보낸 세대로 Prensky(2001)는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로 명명출산 휴가가 끝나고 난 후, 4월 20일자로 학교에 복귀를 하니, 학교는 참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원격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수많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고, 위두랑을 플랫폼으로 하되 영상 제작 방식에는 자율성이 주어졌다. 평소 나는 유튜브(Youtube)에서 사람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베이킹 과정만 자세하게 나오는 영상을 무척 좋아하였다. 수업 동영상에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실제로 같이 공부하는 것처럼, 마치 과외 하듯이 수업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1> 2단원 I have a cold 1차시 수업(좌) 2차시 수업 (우)

2. 원격수업 자료 제작: 끝없는 고민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봄직한 동영상인데, 개인적으로 동영상 편집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실수하더라도 웬만하면 원테이크(one-take: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끊지 않고 한 번에 쭉 촬영하는 기법) 기법으로 촬영하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소박하게 수업 내용에 집중하자,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자막을 넣으면 조금 낫겠지? 하고 생각하며 영상 촬영에 돌입했다.

  녹화하기 전에 교과서와 교사용 해설서를 꼼꼼히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꼭 짚어주어야 하는 핵심 문장과 단어, 그리고 그 외에 내가 언급하고 싶은 정보들을 쭉 훑었다. 처음에는 리허설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이 20분을 넘어 무척 놀랐다.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 무척 생소하기도 하고, 스스로 흥분해버려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그렇게 긴 영상을 올리려면 부가적인 설정이 필요했고, 결국에는 한참 헤매다가 학생들이 집중해서 시청하기에 무난하도록 약 10분짜리 영상을 만들기로 하였다. 가능하면 학생들 입장에서 잘 들릴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하고 중요한 문장은 여러 번 말하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는 전문 유튜버가 아니니까 서툴러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뇌곤 하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아니, 교사의 마음이란 이상하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만들기 시작할 때는 가장 필요한 것만 해서 간단하게 빨리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편집을 시작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자막도 더 많이 넣게 되고, 자막이 나오는 시간도 말이 나올 때와 같게 하려다 보니 시간이 점점 많이 들었다.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편집에만 평균 3시간 이상이 걸리곤 하였다. 한 번은 읽기 차시에서 슈바이처를 주제로 한 영어 읽기 자료가 있었다. 슈바이처 박사의 생애에 대해 조금 언급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백과사전을 통해 슈바이처 박사의 생애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동영상에 슈바이처 박사에 대한 사진들과 자막들이 영어 어휘와 함께 정리되어 있었고, 시계를 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또 다른 차시에서는 월(month)을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라틴어 어원을 함께 설명하며 조금 더 재미있게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애초에 마음먹은 것과는 다르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동영상에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데 현실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영상 2> 2단원 I have a cold 3차시 수업(좌) 4차시 수업 (우)

3. 원격수업 자료 제작: 계속된 도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후에는 ‘주소를 받은 사람들만 접근가능’하도록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URL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6학년이 210명인 것에 비해 며칠이 지나도 영상 조회 수는 고작 130-140회였다. 심지어 그 중에 10회 정도는 각 반 담임 선생님께서 내 영상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느라 클릭한 것이니 실제 조회 수는 그것보다 훨씬 낮다고 볼 수 있었다. 사실 7개 반을 직접 수업하지 않는 대신에 4-5시간 걸려서 영상 만들면 더 이득인 것 아닌가요?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얼굴 표정을 볼 수 없고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인데 학생들은 아예 보지 않는다니…. 마음이 참담했다. 부장 선생님께서는 영어 과목만 그런 것이 아니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다.

  문제는 피드백 과정에서도 생겼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은 후 그 증거를 사진으로 찍어서 위두랑에 올렸는데,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소모적이었다. 학생 수가 총 210명인데, 한 학생의 영어 과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번 이상을 클릭해야 했고, 그마저도 영어 과제를 하지 않았으면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피드백의 내용도 기계적으로 쓰게 되었다. 이에 한 번은 영어 문장을 말하고 그 말한 내용을 녹음하여 보내도록 하였다. 일주일에 걸쳐 약 서른 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실제로 녹음을 해서 보내주었는데, 다음 수업 동영상 초입에서 숙제를 한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었다. 그랬더니, 다음날 한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수영이가 저한테 유튜브 영상에서 선생님이 자기 이름 불러줬다고 신기해하더라고요. 저한테 쏠킴이 우리 학교 쌤이었어요? 라던데요? 하하”라고 말이다. 학생들은 며칠 지나서 영상을 보기도 해서 한 번은 영상을 소개하는 하단에 학생들 이름을 써놓기도 했다. 개인 정보 문제가 있어서 성 씨는 제외하고 이름만 무작위로 섞어서 몇 반인지는 알 수 없도록 말이다. (학교 이름도 나와 있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더 지치고 힘들게 느껴졌고, 점점 상호작용의 정도가 약해졌다.

<영상 3> 2단원 I have a cold 5차시 수업(좌) 6차시 수업 (우)

4. 6월 8일: 아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블렌디드 러닝의 시작

  드디어 6월 8일이 되었고 학생들이 등교하였다. 가림 막을 한 상태로 학생들이 앉아 있었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 표정이 그나마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학생들을 보니 비로소 수업을 하는 구나 실감이 났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과 접촉도 하면 안 된다고 하였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학생들의 교과서를 개별적으로 확인해보았다. 영어 교과서가 깨끗한 학생들도 많았고, 딱 내가 쓴 대로 똑같이 베껴 쓴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발음부터 내가 추가적으로 제공한 정보까지 빼곡하게 써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학생은 한 반에 한 두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 내 영상을 집중해서 보았다는 점이 참 고마웠고 감동적이었다.

  학생들과 대면 수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계속 영상을 찍기가 어려웠다. 하루에 4시간 수업을 마스크를 쓰고 하고 나서 그 다음날 대면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것과 별개로 또 영상을 찍고 편집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과서를 중심으로 10분 길이로 제작된 영상을 찾아 올리게 되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자료를 그렇게 사용하게 되니,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고, 나도 그 영상을 보며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영상 4> 3단원 When is the club festival? 1차시 수업(좌) 2차시 수업 (우)

5. 마치며

   전쟁 상황과 비슷했던 covid-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원격 수업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매우 도전적이고 힘든 일이다. 수업 영상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중에 하나는, 여기에 어떤 부가적인 영상이나 그림 또는 소리가 들어가면 더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쉬울 텐데, 또는 더 재미있을 텐데 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도 막상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는 점이다. 나는 동영상 편집 전문가가 아니니 말이다. 9월부로 육아 휴직을 한 상태에서 내가 만약 다시 원격 수업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제는 혼자서 영상을 제작하지 않고 전국에 있는 영어 선생님들과 팀을 이루어 영상을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르치는 학습자에게 맞는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원격 수업에서 그 모든 것을 고려하기란 어려우며 실제로 영상을 보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따라서 그럴 바에야 두세명이 힘을 합쳐서 양질의 수업을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싶다. 또한, 피드백을 주는 방식에 있어서 영어 의사소통을 배우는 교과답게 녹음하고 녹음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방법이 수월하게끔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되면 좋겠다고 희망해본다.

<영상 5> 3단원 When is the club festival? 3차시 수업(좌) 4차시 수업 (우)

<영상 6> 3단원 When is the club festival? 5차시 수업(좌) 6차시 수업 (우)

원고 다운로드

목록으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