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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성장을 만든다.

인천 연성초 김서경

  1. 시작하며

  이번 한 해의 시작은 항상 바라왔던 영어심화연수에 참여할 생각에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가 예기치 못하게 우리의 일상을 덮치면서 연수 계획도 어김없이 틀어지고 말았다. 영어교사로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큰 기회였지만 해외연수도 취소되고 원어민 선생님들과의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아쉬움이 컸다.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학교 현장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다. 미래의 모습으로만 치부했던 언택트 교육이 당장 우리의 몫이 되다니, 아무도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선의 선생님들이 갑작스레 맞이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해나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돌아가서 적응할 수 있을지 점점 조바심이 느껴졌다. 다행히 심화연수의 마지막 과정으로 줌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이 추가되었고, 2학기에 복귀 후 자체적으로 교육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2. 수업 영상 제작을 준비하며

  처음 영상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ppt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오프닝, 준비물 안내, 단원명과 배움목표, 숙제 안내 등 매 차시 반복적으로 사용할 기본 템플릿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파워포인트 속 디자인을 사용하였지만. 이미 화려한 유투브 영상에 익숙해져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아이들의 시선을 끌 만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했고 이에 연수에서 소개받은 ‘미리캔버스’라는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였다. 제작방법은 ppt와 거의 동일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고 가장 큰 장점은 클립아트와 글씨체가 훨씬 다채로우며, 자체 템플릿 디자인을 조금만 수정해서 사용하면 마치 전문가가 만든 듯한 느낌이 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ppt를 만들다보니 컨셉을 정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더 효과적인 영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혼자 집중하기 힘든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컨텐츠나 캐릭터를 떠올려 보았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단 재밌어야 무언가 볼 마음도 난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아재개그와 미리캔버스의 대표 캐릭터 ‘아고’이다. 매 수업 영상 앞부분에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로 아재개그를 하나씩 넣기로 하였고, 귀여운 아고 캐릭터를 다양하게 사용하기로 계획했다. 실제로 대면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을 만나보니, 아재개그는 내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날 아재개그 선생님으로 부르는 학생도 있었고, 교실로 들어가면 인사보다는 아재개그를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주 짧은 개그이지만 수업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 더불어 재미있게 영어단어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예시: 방귀 뀌지마를 영어로 하면? Don’t gas 돈까스)

<영상 1> YBM(김) 5학년 8. Where are you from? 도입 부분 수업

  3. 수업 영상을 본격적으로 제작하며
  수업 준비 후 단계는 바로 녹화였다. 줌 회의를 열어 화면공유에서 ppt를 선택하고 녹화버튼을 누르면 내가 만든 화면이 영상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카메라를 연결하면 내 모습도 작은 화면으로 옆에 같이 나오게 되고 줌 회의를 종료하면 자동으로 인코딩되어 파일이 생성된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장비는 학교에 있는 실물화상기와 마이크인데 좋은 장비는 아니지만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다. 줌 녹화가 컴퓨터 화면을 녹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상도 선명히 잘 나온다. 첫 온라인 수업은 나의 소개에 관련된 퀴즈와 8단원 도입 부분으로 수업을 준비했는데, 지금까지 유투버를 보기만 했지 내가 직접 영상을 찍으려니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아 굉장히 어색하였다. 특히 영어라는 교과 특성 더하기 아이들의 집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밝은 목소리로 수업하려니 더 부끄러웠다. 하지만 다행히 이 감정도 수십 번 찍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무뎌지고, 이젠 내 목소리에 내가 질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영상을 찍을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쌍방향 수업을 하듯이 진행하는 것이었다. 교사 혼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학생들이 앞에 있는 것처럼 묻고 답할 시간을 주고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했다. 임용고시에 수업시연을 하는 것처럼 학생 이름도 불러보고, 의견을 물어보면 대답을 듣지는 못하지만 아낌없이 칭찬했다. 어느새 내가 수업시연 때처럼 연기자가 되는 느낌이었지만 이래야 수업이 죽지 않고 살아난다고 믿었다.

<영상 2> YBM(김) 5학년 8. Where are you from? 1차시 수업

  녹화를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NG가 너무 많아 시간 소요가 컸다는 것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말이 꼬이고 발음도 제대로 안되고 처음에는 오류가 많이 나왔다. 여러 번 같은 장면을 다시 찍으려니 나도 점점 지쳐가고 영상 하나를 만드는데 3시간이 걸리니 걱정도 되었다. 다른 동료 선생님께서 대본을 만들고 촬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사를 적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대본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와 다른 방안을 생각해내었다. 이에 원테이크가 아닌 영상을 3~5분단위로 끊어서 녹화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NG는 있지만 지금은 한시간 내로 수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의 스타일대로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과정은 편집으로 나는 곰믹스를 활용하였다. 다른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적은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무료에 어렵지 않게 편집할 수 있다. 차례대로 영상을 불러오고 끝부분을 조금씩 잘라 붙이기만 하면 완성이다. 좀 더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 각 영상을 페이드인 페이드아웃 처리하여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인트로 부분에는 유투브에서 저작권 상관없이 다운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넣었고 이때 음악 소리가 내 목소리보다 크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영상 자체의 소리가 너무 작으면 설정에서 증폭시키면 조절가능하다. 그리고 자막이 있으면 더 전달력이 좋겠지만 그 작업은 족히 2시간은 걸릴 것 같아, 필요할 때 부분적으로만 넣었다. 이렇게 편집한 영상을 인코딩하는 데에는 대략 15분 정도 소요되며 간혹 인코딩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작업한 것을 미리 저장해두는 것이 좋다.

<사진 1> 원격 수업 관련 장면

  4. 마치며: 변화는 성장을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첫 수업 영상을 유투브 채널에 올리고 뿌듯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나 자신도 여러 번 보며 스스로 유투버가 된 것을 자축했다. 학생들에게는 e학습터 링크로 안내하였고 조회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5학년은 거의 200명 가까이 되는데 실망스럽게도 조회수는 80명 남짓 하였다. 여기에 내가 본 조회수를 빼면 60여명만 보았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들인 노력에 답해주지 않는 것 같아 솔직히 화가 나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1학기에는 교과서 링크로만 학습해서 그런걸까 혼자 고심에 빠진 찰나, 유트브 링크는 클릭만해도 e학습터 진도율에 반영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그 후 2차시부터는 동영상 파일을 바로 올리게 되었다. 이제 조회수를 확인할 수도 없고 학생들이 영상을 집중해서 보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소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노력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도록 마음 먹었다. 실제로 교과서 검사를 하니 내가 영상에서 지도했던 대로 잘 따라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감동도 느끼고 내 제작 의욕도 유지할 수 있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의 피드백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영상이 너무 길고 이상한 잡음이 들릴 때가 있으며 선생님 얼굴이 나왔으면 하는 의견 등이 있었다. 첫 영상들이 20분정도였는데 아마 다른 과목들이 10분 내외 분량이었기에 학생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교과서만 하면 동기유발이 안되리라 생각하고 영상에 여러 활동 및 게임을 넣은 것이 요인이었다. 따라서 대면 수업 시작 후에는 영상은 15분 이내로 압축해서 전달하고 만났을 때 활동적으로 수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부끄러워 얼굴을 스티커로 가렸지만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요즘에는 얼굴도 등장시킨다. 이럴 때면 나 혼자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피드백일지라도 반가운 마음이 크다. 수업의 주인공은 학생이기 때문에 교육 활동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수업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재량으로만 넘기지 않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실습 위주의 연수와 장비를 제공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영상이지만 그래도 내가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무언가에 도전했고 노력해나가고 있음에 안도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 내가 만약 어려운 것이라 시도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자료를 잘 찾는 교사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또 어떤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할지 알지 못하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 분명 변화는 성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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