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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 학습 부진아의 수준별 파닉스 지도 효과

세종 양지초 최은지

  1. 시작하며

  “선생님! 수업 시간에 영어로 하는 말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요.” 6학년 아이들 몇 명 의 날 서린 말을 듣고, 그제야 이 학급을 수업하고 난 뒤에 느꼈던 껄끄러움의 원인을 짚어본다. 3월 진단평가 결과 6학년 100여명의 학생 중 영어는 학습부진아가 1명 존재했다. 학습 부진 기준 점수인 60점 이하의 학생들은 1명이었지만, 아슬아슬하게 기준점을 벗어난 60~70점 사이 점수를 맞은 학생들은 10명 이상. 그러고 보니 이 학급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아이가 많지 않았다. 말하기 중심의 게임은 다른반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읽기나 쓰기 활동에서는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낮고, 학습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나는 그런 침체된 영어 수업 분위기를 그저 6학년의 학년 특성 탓이리라고 위안해왔다.

  작년에 실시간 비대면 영어 수업을 그럭저럭 해 나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원격수업의 효과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쓰기 시간에 교과서에 제시된 단어를 적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도 생각했다. 아득한 정신을 바로잡고, 선생님이 영어 수업을 어렵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어떻게 하면 내가 너희의 영어 공부를 도와줄 수 있을까? 라는 나의 말에 진심을 읽은 아이 하나가 그제야 당당히 밝힌다. “저 영어 하나도 몰라요. 어떻게 쓰는지.”

  2. 영어 학습 부진학생의 특징

  영어시간이 어렵다고 밝힌 아이들 중 대개는 국어와 수학 과목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뛰어나게 다른 과목을 잘 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다른 과목은 나쁘지 않은데 영어만 유독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영어 학습 결손이 누적되어 낮은 성취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의 영어 학습 결손은 대부분 ‘쓰기’와 관련된다. 알파벳 송을 신나게 따라부르며, 원어민교사를 따라다니며 ‘Hello~’ 하며 반갑게 손 흔들던 아이들이 영어를 놀이가 아닌 공부로 인식하는 시점은 단어와 문장 쓰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5학년부터다. 최근 초등영어 학습 부진의 발생 요인에 대해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한 이완기(2014)에 따르면, 초등영어 학습 부진이 발생하는 시기는 읽기, 쓰기를 가르치며 문자언어를 도입하는 시작하는 시기와 일치한다고 했다.

  3. 고학년 파닉스 특별반 운영의 난관

  영어가 어렵다는 고학년 아이들의 대부분은 파닉스 규칙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파닉스 공부란 단어를 읽을 때, 철자를 통해 소리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이들간의 규칙을 습득하는 것인데 5,6학년 교과서에는 더 이상 파닉스 규칙을 다루지 않으므로 3~4학년 시기에 파닉스 규칙을 충분히 연습하지 않은 학생들은 누적된 단어들을 읽어내지 못했다. 파닉스가 영어 공부의 만능 해결법은 아니지만, 알파벳 조합원리를 읽히고 반복되는 사이트워드를 익히면 나아지리라는 믿음 하에 영어 부진아들을 위한 처방전은 개인별 파닉스 지도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1시간씩 방과후 영어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영어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4~6학년을 영어 학습부진 학생들 10명을 대상으로한 파닉스 프 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파닉스 수준을 점검한 후 파닉스 기초반과 심화반을 나누어 5명씩 인원을 배정했다. 처음의 열의와 달리 아이들은 실제로 파닉스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핑계를 대며 남고 싶어하지 않았다. 각 반의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수업을 시작했던 어느 날, 야심차게 준비한 파닉스 연습 활동들을 생각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더 이상 웃지 않고, 한숨을 쉬어버린 적도 있다. 약간 삐친 모습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뒷 모습을 보고 얼마나 미안하던지. 영어 공부에 이미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나는 뭘 해도 안될거야라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마음에 나는 기름을 부어버린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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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파닉스 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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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파닉스 학생 활동 장면

  4. 학습자의 언어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영어 교사의 비언어적 표현 돌아보기

  언어불안은 외국어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학생들보다 오래 영어를 공부한 나 역시, 많은 사람 앞에서 영어로 말을 할 때 긴장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Krashen(1982)에 따르면 언어습득에서 불안은 습득을 방해하는 정의적 여과장치 중 하나이므로 학습자의 불안도를 최소한으로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학습효과를 학습자의 언어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영어 교사의 비언어적 행위를 연구한 박혜정(2009)에 따르면, 교사의 비언어적 표현 중 심각하고 어두운 표정, 한숨, 웃음의 결여는 학습자의 언어불안을 유발시킨다고 했다. 나아가 학습자를 배려하는 진심과 노력이 바탕된 신체적 접촉은 학습자의 언어불안을 낮출 수 있으며 효과적인 영어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파닉스 수업을 하기 전 아이들을 한 번씩 즐겁게 해주겠다는 각오로 수업을 들어갔다. 원어민보조교사에게 도움을 요청을 하고 방과후 파닉스 시간에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하며 학습량을 줄이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을 늘렸다. 수업 시간에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으로 잡고, 그저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 이야기며, 점심시간에 있던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웃고 공감해주자 시간이 갈 수록 아이들이 수업에 빠져드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의 입에서 “벌써 집에 갈 시간이예요? 조금 더 놀다가면 안돼요?” 라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그럴 즈음 학습량을 조금씩 늘려갔다.

  파닉스를 중심으로 지도하되, 의미에 중점을 두고 기초 어휘를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파닉스 지도 순서는 시중 교재의 순서대로, 자음을 순서대로 먼저 지도하고 실제 단어 속에서 파닉스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모음도 함께 지도한 후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여 단어를 읽도록 하였다. 문자를 디코딩하는 반복적인 과정이 기계적으로 느껴질 즈음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로 구성된 짧은 스토리북을 활용했다. 문맥 안에서의 파닉스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소인수 학급에서는 이상적인 모든 수업의 형태가 가능했다.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성공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준비했다. 단모음 ‘i’와 관련된 -id, -ig로 끝나는 단어 14개를 읽어낸 아이들에겐 간식으로 보상을 주면서, 연습량을 마치면 단어 카드 잡기 같은 활동적인 게임을 속도감있게 진행했다. 빠른 속도로 CVC형태의 단어를 읽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전율이 돋다가도, 이미 배운 것을 기억이 안난다며 해맑게 오리발을 내미는 아이들을 보면 허탈해지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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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파닉스 학생 짝 활동 장면

  5. 영어 학습 부진아 지도방법에 왕도가 있다면: 격려와 칭찬

  사실 동네 서점만 가도 파닉스 관련 교재는 쉽게 구할 수 있으며, 파닉스 지도순서나 교구 역시 적지 않다.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꾸준히 반복하여 가르치는 것이리라. 지루한 반복을 넘기는 고비를 넘어서야 ‘공부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을 교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어떤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영어가 가장 싫다는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파닉스 규칙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기를 향해 보이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격려였다. 영어 수업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즐거운 영어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아이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 주는 것’ 이다. 20회차의 방과후 파닉스 수업의 끝이 보인다. 파닉스 공부를 시작한 후, 영어 수업시간이 그래도 재밌어지지 않았냐는 나의 말에 아이가 대답한다. “선생님이 하는 말 아는 것도 있고, 못 알아듣는것도 있죠., 그래도 조금 나아졌어요. 근데 선생님! 파닉스 수업 끝나도 가끔 영어실 놀러와도 돼죠?”

 * ​세종 양지초등학교에서 재직중이신 최은지 선생님께서는 영어교과 전담 7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현장 영어수업 개선을 위한 여러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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