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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20학년도를 찾아서!

안산 원곡초 조규희

  1. 2021년 2월: 2020학년도를 돌아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학년도는 줄어든 수업일수, 원격과 대면의 불규칙적 병행, 과제형과 쌍방향 원격수업의 혼재 등 안타깝게도 여러 혼란으로 기억된다. 학교 현장은 원격수업, 미래교육과 같은 희망적인 키워드를 몇 개 발견하기도 했지만, 교사의 원격수업 운영 격차, 학생의 기초학력 격차, 학부모의 가정 학생지도 부담 등 여러 어려움을 동시에 맞닥뜨려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학생 학력격차 및 기초학력 부진은 언론에서 그 심각성이 무수히 지적되었다. 실제로 교사 입장에서 기초학력 결손 학생을 만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 결손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한 진단, 맞춤 처방, 기초학력 결손조차도 그 정도가 다양한 한 교실 속 아이들... 10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선배님’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 나지만 기초학력 결손 학생 지도 팁을 알려달라는 후배 선생님들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드리기는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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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코로나19로 인한 초등학생 학습격차를 다룬 신문기사

  2. 2021년 3월: 2021학년도 4학년 영어를 담당하다.

  다행히도 작년의 시행착오를 잘 반추하며 2021학년도의 시작은 훨씬 체계적이었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학사 및 블렌디드 수업 운영 메뉴얼, 정착된 쌍방향 원격수업, 나아진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교사의 원격수업 운영 역량 등 모든 면에서 작년보다 나은 상황이 기대되었다. 특히, 영어 수업을 좋아하는 나에게 4학년 2개 학급 영어 수업이 배정되어, 개인적으로도 작년보다 더 많은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았다. 맡게 된 영어수업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요일로 편성되어 원격이 아닌 대면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점도 좋았다. 그러나, 학습진단 주간 3학년 내용 진단평가로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나의 눈앞은 그야말로 깜깜- 캄캄- 컴컴- 해졌다.

  작년에 배웠어야 했던 What’s this? How old are you?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음은 물론이거니와, 3학년 1학기 보았어야 할 알파벳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3학년 2학기 이후 할 수 있어야할 ‘b, d, p, s, t, r’ 기본 자음 음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의 2020학년도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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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학습결손이 여실히 드러난 1단원  What's your name? 학습 결과

  3. 2021년 4월: 3-4학년 교육과정을 통합 운영하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은 예년처럼 2021학년도 4학년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1단원 What’s your name? 3차시 Read and Write 단어 철자 쓰기, Cultural Project 영어 이름쓰기에서 4선에 맞추어 알파벳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2단원 Are you happy? 에서는 파닉스를 전혀 할 수 없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 중에는 알파벳과 소리의 디코딩에 대해 전혀 감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be동사-주어 도치 의문문은 고사하고, Do you like pizza?와 같이 3학년때 보았을 좋아하는 것 묻고 답하는 기본 의사소통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보였다. 이렇게 1, 2단원 수업을 마치며 4월 중순이 되었을 때, 3학년 교육과정 내용을 올해 다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간수업시수는 정해져있기에 내가 영어수업을 더 하겠다고 수업시수를 더 늘릴 수도 없었고, 학교 여러 업무를 해야하다보니 방과후에 아이들을 남겨서 수업을 하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3학년 과정을 복습해야 할 아이들은 소수가 아니라 대부분이었다. 작년 선생님께서 원격수업 과제를 온라인 플랫폼에 잘 탑재해주셨지만, 아무래도 대면수업보다 그 효과가 덜해 3학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학습결손이 발생한 것 같았다. 그래서, 3-4학년 교육과정 통합 운영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았다. 다행인 것은, 학년군별로 구성된 교육과정 성취기준 덕분에 3-4학년 영어 교육과정 통합이 교육과정 문서로 충분히 구현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3학년 교육과정 각론을 분석해서 3학년때 배웠어야할 영어 필수 기능을 선정, 4학년 교육과정에 적절하게 삽입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3-1. 3학년 의사소통기능 4학년 단원에 포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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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3-4학년 교육과정 각론 내용 통합 운영 계획(YBM(김) 기준)

  3-4학년 교육과정 통합 운영을 위해 3학년 교과서 각 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의사소통 기능 관련 표현을 정리하여 해당 표현이 사용될 수 있는 4학년 단원 교육과정을 연결해보았다. 그리고 실제 4학년 수업에서 3학년 교과서에서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도록 Listen and Say와 같은 대화문을 수정하였다. 특히, 3-4학년이 연계된 핵심 의사소통 기능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영어 노래를 준비하였고, 실제 수업 시작 5분전에 해당 동요를 재생하여 아이들이 수업 전 어떤 내용을 배울지에 대해 예상할 수 있도록 친-영어적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를 위해 특히 YOUTUBE Super Simple Song채널에서 제공하는 아래와 같은 영어 노래를 많이 활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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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YOUTUBE Super Simple Song: (1) What's your name? (2) Are you happy? (3) Let's play baseball.

  3-2. 하루에 5분: 이번 주 Phonics 활동

  아동 대상의 명시적인 파닉스 지도 시기 및 방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4학년까지 기본적인 자·모음에 대한 파닉스를 제대로 배우지 못할경우 문자언어의 비중이 늘어나는 5학년때 영어 학습부진의 가능성이 정말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기본 4학년 영어교육과정 상에서 제시된 자음(C) 및 자·모음 결합(CV) 파닉스와 더불어, 하루에 5분 '이번 주 파닉스' 활동으로 3학년 파닉스 내용을 다루었다. 따라서 2021학년도 1학기에 'b, d, p, s, t, r' 기본 자음을 다루기로 하였고, 이를 위해 유튜브에서 다양한 파닉스 영상을 활용하였다. 아래 유튜브 채널은 파닉스 지도에 매우 유용하므로 여러 선생님들께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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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Phonics 를 위한 YOUTUBE: (1) Shaw English Online (2) Little Fox Phonics

  3-3. 알파벳 쓰기 연습: 맞춤형 활동지 만들기

  아이들은 기본적인 알파벳 쓰기 또한 많은 연습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해 주 1회 알파벳 대, 소문자 쓰기 활동지를 제작하였다. 먼저 4선에 맞추어 바르게 알파벳을 따라쓰기 활동을 준비하였고, 이를 위해 4선을 기준으로 알파벳 쓰기 활동지를 제작하였다. 이때, ESL Writing Wizard 웹사이트를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https://writingwizard.longcountdown.com/handwriting_practice_worksheet_maker.html)

  아래 사이트를 통해 영어 알파벳, 단어, 문장을 입력하면 이것을 그대로 따라쓸 수 있게 하는 활동지를 무료로 제작 및 인쇄할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서 주 1회 깨끗한 필체로 알파벳 대, 소문자 쓰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1학기에는 지금과 같은 따라쓰기 활동을 주기적으로 하고, 2학기에는 영어공책에 직접 쓰는 자기주도적 활동을 운영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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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ESL Writing Wizard 활용 방법: (1) Make a multi-word worksheet 클릭
(2) 기본 Lay-out 설정 후 Line 1~10에 필요한 문장 입력 및 Preview or Finish 클릭 (3) 제작된 4선 활동지를 바로 인쇄 또는 PDF로 저장

  3-4. 의사소통 과업 활동으로 실제적 영어 사용 기회 제공하기

  나는 스스로를 과업 중심 학습(Task-based language learning)의 Big fan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보차 또는 추론차가 있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언어적(영어), 비언어적(표정, 몸짓) 매개를 활용해서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영어수업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3학년 교육과정 내용을 새롭게 다루느라 수업시간 40분은 항상 짧지만, 4학년 영어 각 단원 핵심표현을 가급적 실제적인 상황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과업을 제작하여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2단원에서는 우리반 친구들의 실제 감정 상태 조사하기, 4단원에서는 나와 같은 운동하고 싶은 친구 찾기와 같은 과업을 진행하여 아이들이 학습한 주요 표현을 실제적으로 사용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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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Task-based language learning 수업 장면

  4. 2021년 5월: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기록하다.

  약 한 달 넘는 시간동안 파닉스, 알파벳 쓰기, 언어 표현 말하기 과업 중심으로 3-4학년 영어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여러 어려움과 즐거움이 함께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학습량이 많아 40분 시간이 부족한 점이었다. 4학년 기본 교과서 내용에 3학년 수업 내용을 핵심 표현 중심으로 함께 다루고, 파닉스와 알파벳 쓰기까지 추가적으로 지도하다보니 수업시간 40분이 넘어버리기 일쑤였다. 현재는 학급 방역 지침 때문에 영어실이 아닌 내가 학급을 순회하며 수업하고 있다. 이때, 칠판에 수업 목표와 활동까지 교실을 옮겨가며 매시간 판서하는것도 40분 수업시간 중 아깝게 할애되는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요즘 방역 수칙으로 5분밖에 없는 쉬는 시간이지만, 한걸음 빨리 수업 교실에 도착해서 오늘 배우는 수업 내용과 관련된 영어 노래를 재생하고, 나는 그 시간에 최대한 빨리 수업 목표와 활동을 쓰는 것으로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현재 수업의 즐거움이라면 당연히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다. 알파벳 쓰기, 파닉스 등 여러 영역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은 교사로서 분명한 즐거움이다. 2021학년도 5월 현재, 나는 이렇게 학습 부진이 누적된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깜깜함이 조금씩 밝은 빛으로 바뀌는 소중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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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2021년 5월 '5. Is this your rocket?' 학습 결과

* ​안산 원곡초등학교에서 근무중이신 조규희 선생님께서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영어교육과를 졸업하셨으며 외국인 가정 초등 학습자의 영어 습득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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