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 서로 - 이음
서울 마장초 조희진
1.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영어 수업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2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가져가버렸다. 계속해서 미뤄지던 개학과 겨우 겨우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교실에도 예상치 못했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선생님,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화면을 통해 바라보며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이로 인해 학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배움이 느린 학생들의 수도 우려만큼 늘어버렸다. 또한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듣고 말하며 의사소통능력의 기본기를 다져야하는 3, 4학년 학생들에게 지난 2년은 영어학습의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하는 기쁨을 누리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드디어 시작한 전면 등교수업! 올 한 해의 영어수업은 지난 2년간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서로간의 ‘소통’ 그리고 ‘관계’의 ‘이음’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2. 너와 나의 소통을 위한 즐거운 듣기-말하기 놀이
3, 4학년 영어 교과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지도해야할 부분은 영어 교과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에 있다. 전면 등교가 가능해지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영어를 활용한 의사소통의 기회를 늘려 좀 더 활동적인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How are you today?
영어 수업을 시작할 때 반복하는Opening Question들이 있다. 바로 "How are you today?", "How's the weather?", "What day is it?" 3종 세트인데 그 중 아이들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은 “How are you today?"이다. 처음 학기를 시작할 때는 화면에 제시된 여러 가지 답변들을 설명해주고 골라서 말할 수 있게 하고, 우리말로 답하는 것도 용인해주었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 기분을 영어, 또는 한글로 표현하면서 영어 말하기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2~3달 정도 이 질문에 대한 답하기가 익숙해지면 모둠별로 모여서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4가지 색깔의 서로 다른 동그라미를 준비해놓고 교실에 들어오면서 원하는 색을 고르도록 한 후 같은 색깔을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 오늘의 기분을 묻고 답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활동이 끝나면 몇 명의 학생을 골라 오늘 대화를 나눈 친구의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를 해당 학생들에게 되물으며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의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고 활발한 의사소통의 기회도 만들어주어 수업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림 1> How are you today? 활동 장면
2) Magic Blank를 활용한 듣기-말하기 연습
영어 교과서에는 매 차시, 간단히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그림이 제시되어 있다. 주로 해당 차시의 주요 표현들을 연습해볼 수 있는 짧은 예시 대화를 듣고 따라할 수 있도록 제시된 그림들이다. 하지만 제시된 그림 밑에 원하는 만큼의 Blank를 만들면 무척 손쉽고 간단하게 아이들의 활동을 배가할 수 있다. 친구와 제시된 그림을 보며 대화를 주고 받고 서로의 책에 자기 이름을 써주면 끝! 교실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친구와 원하는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고, 수업 시간에 따라 Blank의 수를 늘리거나 줄여가며 활동량을 조절할 수 있어 교사는 손쉽게, 아이들은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이다.
3) 목적성 있는 듣기와 말하기를 위한 Survey 활동
아이들에게 확실한 목적이 있는 말하기 활동은 적극적인 참여와 집중을 이끌어낸다. 이를 위해 활용하기 좋은 활동이 바로 Survey이다. 3학년 1학기 Do you like pizza? 단원을 지도하면서 학생들을 모둠별로 배치하고 일대일로 돌아가며 친구가 좋아하는 과일을 조사하고 실물 과일 모형 바구니에서 친구가 좋아하는 과일만 골라 담아 직접 과일 샐러드를 만들어서 선물하는 활동을 구성하였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하는 영어 교과 모둠 활동에 아이들은 환호하였고, 친구가 좋아하는 과일을 "Do you like ~~~?" 표현을 활용하여 묻고 “Yes, I do. I like ~~~. / No, I don't. I don't like ~~~." 표현을 반복하여 답하면서 교과서에 제시된 주요 표현을 확실하게 반복하여 연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림 2> Survey 활동 장면
4) 친구들과 함께 하는 Role-Play
3, 4학년 영어 교과서의 각 단원 마지막 차시에는 그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Role-Play가 제시되어 있다. 교과서 CD-Rom에는 이야기를 듣고 한 문장씩 따라하고 이야기 관련 간단한 질문을 확인해보는 정도로 제시되어 있지만 이를 재구성하여 늘 한 시간을 온전히 Role-Play 연습과 발표로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대본을 나누어주고 모둠별로 연습할 시간을 준 후 순서를 정해 발표하는 일련의 역할놀이 루틴은 2~3번만 연습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할 수 있을만큼 숙달되고, 친구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영어과 의사소통능력 신장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적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학습활동이다. 무엇보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 교과 시간에 가장 손꼽아 기다리고 즐겁게 활동하는 시간이라 교사로서도 좀 더 정성껏 이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역할극 머리띠나 역할 목걸이, 상황에 따라서는 간단한 소품을 추가해서 아이들에게 더 실감나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학년이 높아지면 친구들의 역할극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추가하여 보다 집중력 있는 듣기가 가능하도록 한다.
<그림 3> Role-Play 활동 장면
3. 소통을 통한 관계의 이음
영어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교사의 역할은 줄이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듣기와 말하기 시간을 제공하는데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마련한 다양한 듣기∙말하기 놀이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며 즐거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가지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가 가장 목말라하던 부분인 ‘소통’과 ‘관계’의 ‘이음’을 즐거운 영어 듣기, 말하기 놀이로 영어 수업 시간 안에서 충분히 해갈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듣고 말하며 배우고 있다.
* 서울 마장초등학교에 재직중이신 조희진 선생님께서는 한양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심리를 전공하고 계시며, 7년 이상의
영어 교과 전담경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내실있는 초등영어 음성언어 지도를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