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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끈질기게 영어와 함께:
초등담임, 영어 '포기하지' 않기

​전북 이리모현초 공후재

  1. 시작하며

  학회 교사 저널 초등영어교육마당 원고모집 메일을 보자마자 당연히 투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일을 받은 날부터 오늘까지 무엇을 소재로 써야 할지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소재에 대한 고민은 초등학교 영어교육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에 초등영어교사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장에서 어떻게 영어교육을 놓지 않고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현실적인 시행착오와 실천 방법에 대해 논해보겠다.

  초등학교의 영어연구자들은 영어교사 심화연수를 다녀왔거나 영어교육 석사 학위 심지어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어도 정작 영어교육을 가르칠 기회가 적다. 열심히 연구를 하고 교과 전문성을 높여도 정작 그 교과를 가르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현장의 초등영어연구자들이 전문성을 살릴 기회가 없는 가장 큰 원인은 초등영어교과전담제의 유명무실함이다. 교과 전담제도의 목적은 초등담임교사의 다교과 교육의 부담을 덜고, 학생으로 하여금 해당 과목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로부터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하는데 있다. 그러나 2013년도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초등학교 교과전담 교사에 대한 정원 비치 기준이 삭제되었다. 이도연과 임희정(2021)의 연구에서는 영어교과전담 배정시 영어교과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 각 학교의 재량에 따라 학교 사정이나 행정업무가 우선시 되는 등 교과전담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나는 작년까지 초등영어연구자로서는 매우 드문 사례로 오랫동안 영어전담을 맡아왔다. 그러나 오미크론 이후 학교 현장은 방역업무 과중 및 학교구성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하여 행정적으로 막중한 어려움과 혼란을 겪었다. 올해는 신임학교에서 고학년 담임교사가 되었으며 5학년 영어는 전담의 영역이기에 교과목으로서의 영어를 가르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응급 교육인력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과 전담교사들 역시 학교의 코로나 감염 상황에 따라서 보결 인력으로 빈교실을 채우는 등 본연의 업무인 교과교육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는 교육의 온라인화를 앞당겼으며, 한국에서 기능교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온 영어교육은 번역기, 인공지능의 발전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였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공공분야 외국어 교육 사업의 중추를 차지했던 학생 해외영어캠프, 원어민 보조교사, 글로벌, 교사 해외 영어 연수 등 국제교류가 전면 폐지 및 대폭 축소 되었다. 위와 같은 요인들로 인하여 영어과 자체가 매우 위축되었다. 외국어교육행정, 정책 등에서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의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연구자들의 감소도 뒤따르고 있다. 나 역시 아무리 열심히 영어교육의 전문성을 높여도 교과전담제의 유명무실함 앞에 당장 내년이 어찌 될지 몰랐다. 또한 주변에 함께 공부를 시작한 교사 영어교육 연구자들이 하나 둘씩 곁을 떠나는 등 큰 정서적 상실감을 경험하였다. 가르칠 수 없는 교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희망고문이었기에 명분없이 동료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올해는 영어를 가르칠 수 없게 되었다는 현실 앞에 교사 연구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심한 회의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였고 한정된 조건 하에 어떻게 학급 학생들과 영어교육을 실천하고 있는지 서술해 보겠다.

  2. 초등 학급담임으로서 영어교육 실천

  거진 처음으로 영어‘교과’를 담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교육의 실천을 도전해 본 터라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침 활동을 영어 그림책 읽기 다독(Extensive reading)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자 영어독서동아리 사업 예산지원을 하였으나, 혁신학교 · 원도심학교가 아닌 우리학교의 상황상 예산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설령 아침활동으로 영어교육을 도입한다고 해도 코로나 이후 동시 등교를 피하느라 학교별 · 학년별로 학사 운영이 천차만별이었고 우리 학급의 아침 활동시간은 10분 남짓 밖에 되지 못했다. 방과후 영어기초 프로그램을 운영해볼까 구상도 해보았으나 이미 학교에는 지정된 영어 방과후가 있었다.

  초등담임으로서 내가 영어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첫번째, EBSe AI펭톡을 필두로 한 창의적 체험활동 영어동아리다. 프로그램을 학급에 도입한지 한 달여가 지나 AI펭톡 활동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첫 도입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일단 학교에서 담임이 영어 동아리를 처음으로 실행하는 사례였기에 학교구성원, 학생, 학부모님들을 설득시킬 명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AI프로그램 도입 역시 학교에서 처음이었고, 학생 무선망 사용 역시 이슈였기에 많은 용기와 추가적인 행정업무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3~4월에는 신학기의 정착과 오미크론 방역이 겹쳐 담임 업무는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기본적인 학급업무만 처리하기에도 8시간 내내 전혀 쉴 틈이 없었고, 코로나 상황에 따라 전담 수업도 수시로 빠져 주당 수업시수가 26시간, 28시간에 이르는 등 체력적으로 몹시 힘겨웠다.

  따라서 학기초에는 업무과중으로 인해 AI프로그램을 시작하지 못했다. 대신 영어창체 동아리 시간이나 영어 전담수업이 빠진 시간에는 학생들이 작년 4학년 시기에 배운 YBM 영어교과서의 주요 단원들을 한 꼭지씩 잡아 주요 pattern drill을 복습하고, 다양한 보드게임이나 팀별 대항 게임을 하였다. 또한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급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어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여 맞추게 하는 ‘몸으로 말해요’ 게임, 코너게임, TPR 등 신체활동을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체육전담 시간이 결보강으로 빠질때에는 아이들을 강당에 데리고 가서 영어단어카드 집어오기 장애물 달리기 활동을 하였다.

  위와 같이 게임 활동 위주로 담임영어를 진행하자 처음에는 담임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어색해 하거나 좋아하지 않던 학생들도 ‘선생님, 영어는 또 언제 배워요?’하고 질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중 집중 구호, 줄서기 등 수시로 쓰는 학급경영의 언어도 “Listen”, “Attention”, “Be quiet”, “Line up” 등 영어를 사용하여 학생들이 교실생활 속에서 간단한 단어라도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또한 국어 다형어, 다의어 등 국어 문법을 가르칠 때 말이 어려워 인지가 되지 않는 부분은 아이들이 이미 아는 영어 예시를 활용하여 이해를 도모하기도 했다.

국어 동형어 수업 중 영어 활용

<그림 1> 국어 동형어 수업 중 영어 활용

  담임으로서 영어교육을 해보니, 확실한 장점은 전담으로서 영어를 가르칠때보다 시간적 · 공간적 제약이 적어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여유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수준 맞춤형 수업, 정의적 선호도에 따른 교육이 가능했다. 또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실에서 머물기 때문에 분절적인 공간과 시간속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학습의 연속성이 높아졌다.

  AI 펭톡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오미크론 상황이 안정기로 접어들고, AI펭톡 실행을 위한 EBSe LCMS 정비, 개인정보 가정통신문과 프로그램 실행계획 공문 등 각종 서류작업 및 장비 확인이 마무리 된 5월 초였다.

AI 펭톡 기본 기능: 토픽월드-스피킹

<그림 2> AI 펭톡 기본 기능: 토픽월드-스피킹

  AI펭톡은 개인 휴대폰이나 학교에서 대여한 노트북으로 진행하였으며, 이어폰이 있는 경우 지참하여 소리 인식률을 높였다. 프로그램 도입 초반에는 낯선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학생들의 매체 활용능력, 손과 기계의 협응능력이 아직 부족하여 헤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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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EBSe AI 펭톡 동아리 활동 모습

  노트북 기본 사용법은 물론 개인 코드 및 비번 입력조차 어려워하여 손이 많이 갔는데, 다인수 학급에서 교사 혼자서 학생들을 전부 돕기에는 버거웠다. 해결방법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컴퓨터실 및 AI 펭톡 도우미로 1인 1역을 지정하여 또래교사로 활동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펭톡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선생님 저는 영어 못해요’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던 학생들마저 ‘목요일은 펭톡하나요?’라며 묻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흥미 지속을 위해 학기 말에는 1학기 동안 누적된 펭톡 마일리지 및 평균 점수를 토대로 학급 펭톡 대회를 운영했다.

  담임으로서 두 번째 영어교육 실천 방법은 온라인 기반 교과융합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습자 중심 교육, 실천을 중시하는 배움 중심 교육과정과 맞닿아 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습자에게 필요한 역량인 자기주도성, 비판적 사고력, 공감 능력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또한 요즘의 교육 트렌드가 각 교과의 분절보다는 주제 중심 교과융합이기에 비교적 PBL의 시도가 더뎠던 영어과에서도 새로운 케이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반은 “온택트 시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 미디어 리터러시 키우기 : 세계 시민성 증진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기반 국제교류”를 주제로 하여 학기초부터 학급특색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1학기는 서구권의 한 학교와 협력 수업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2학기는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세계시민교육 한-일 교사 네트워크’에 합격하여 일본의 초등학교 및 교대와 교류를 추진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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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한-일 교사 네트워크

  지난 국제교류 수업에서 겪은 수확과 시행착오는 다음과 같다. 융합 교과는 문화교류 자체를 대주제로 주로 국어, 사회, 담임 체육 시간을 활용하였고 소통은 전부 제 1국제어인 영어로 이루어졌다. 교과 활동은 보고서 만들기, 팀 토론 등 학생중심 프로젝트 학습이 주가 되었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급 아이들의 특성상 적합하였으며, 영어 교과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 체육 등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실질적인 영어표현 할 수 있었던 점이 의미 있었다. 즉 EFL 환경에서 영어 수업의 가장 큰 단점인 분절적인 영어 사용, 인위적인 표현에의 고착을 어느 정도 극복 할 수 있었다. 또한 5학년의 언어 수준을 고려해 번역기 사용을 권장하였고, 실질적인 매체 활용능력을 증진시켰다.

컴퓨터실 활용 수업

<그림 5> 컴퓨터실 활용 수업

  시행착오는 다음과 같다. 초반에는 AI펭톡 수업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예상보다컴퓨터 활용능력,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떨어졌다. 그 예로 기본 이메일 계정이 없거나 인터넷에 사진 한 장을 올리는 등 단순 온라인 작업도 어려워했다. 또한 자료 조사시 인터넷에서 거짓 정보를 거르는 방법을 몰라 팩트체크를 하지 못했고, 출처 표기에도 아직은 서툴렀다. 그리고 정보 윤리적인 면에서도 교육이 반드시 필요 하였다. 그래서 컴퓨터실 시간마다 질문이 쏟아져서 한 명의 교사로서 컴퓨터실 가는 시간이 버거웠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온라인 활용이 생존능력이 되는 시대이기에 꾸준한 디지털 매체 사용 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컴퓨터실 학생 도우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컴퓨터 수업 회차가 5차시를 넘어가자 이제는 번역기를 활용하여 영어로 댓글을 달거나 인터넷에서 거짓 정보를 거르고 정확한 텍스트를 찾아내는 등 컴퓨터 사용능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초반에는 컴퓨터,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이 많이 떨어지던 학생들조차 스펀지 마냥 디지털 문해력이 늘였다. 컴퓨터실 학생 도우미 제도 역시 정착되어 상호 간에 서로 배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다음 국제교류협력 프로젝트에서 교사로서의 목표는 학생들이 영어 텍스트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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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컴퓨터실 활용 수업: 또래교사제

  3. 결론 및 제언

  이 글은 코로나 시대에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실천가로서 영어교육에 대한 의지를 지속시키기가 제도적 ·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기술하였다. 그리고 담임으로서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았다. 초등영어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는 영어를 현재와 같이 분절적인 초등교과전담제 속의 한정적인 영어교육으로만 다루어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초등에서 대다수의 인원이 담임교사이며, 영어전담을 하고 있어도 지속적으로 교과전담을 맡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해결방법은 담임교사들 사이에서도 영어교육이 지속적인 화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과전담 및 영어교과서에 한정한 영어가 아니라,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급 교실에서 역시 영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그 방법으로는 영어교구 교실지원사업, 교과융합 프로젝트, 온라인 기반 국제 교류 등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다교과교육, 학급경영, 학부모 상담 등 이미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담임교사들에게까지 영어교육에 대한 파이를 넓혀주려면 교사 개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역부족이다. 교육지원청, 교육부, 또는 학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담임교사의 성공적인 영어교육 사례를 많이 만들어 대중화 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전라북도 이리모현초에 근무하고 계시는 공후재 선생님께서는 다년간의 영어전담 및 영어관련 업무(영어학습체험센터 총괄, APEC 알콥, 이러닝 세계화 교사단 등)경력이 있으시며,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영어교육과 석사 과정에 재학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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